가을의 황혼이 왠지 어울리는
황복륜(黃覆輪)
- 풍란 감상 -
2023년의 시작이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데 벌써 올해가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모두들 세월이 갈수록 빨리 간다고 하는데 아마 사랑하는 풍란과 늘 항상 함께 해서인지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버지가 풍란을 집으로 들고 온 것이 첫 대면이었는데, 이것이 예상치도 못하게 40년의 세월을 함께 하게 되었다.
인생의 끝까지 좋은 친구로서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해 본다.
수확기인 가을도 슬슬 지나버리는, 비워 있는 논과 밭에 비취는 황혼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래서 황혼이 잘 어울리 것 같은 황복 륜 품종을 살짝 소개하고자 한다.
『갈채복륜(喝采覆輪)』
감호(紺縞)로 나와 황색으로 변하는 전형적인 후발황호의 『갈채(喝 采)』에서 복륜으로 진화한 후발 황복륜(萌黃覆輪)이다.
축원(軸元)에 서 서서 나오는 희엽성으로 노수엽(露受葉)이 많이 섞인다.
천엽이 나 올 때는 연둣빛(萌黃色) 복륜의 감중통(紺中通)으로 나와서, 고엽이 될수록 황색이 짙어져 오렌지색(黃樺色)으로 변화하는 전형적인 후발 복륜으로, 차분함과 중후함을 잘 어우러져 품위가 느껴지는 품종이 다.
전반적으로 색대비감이 좋은데 복륜으로서는 드물게 루비근이 섞 여 나와 더 화사함을 자아내는 우수품이다.
니축에 루비근이 섞이는 니근이고, 붙음매는 월형이다.
『고천관(高天冠)』
2004년경 ‘천년난원’의 플라스크 속에는 호인 『황태자(皇太子)』 또 는 『관왕(冠旺)』을 위시해 개성이 조금씩 다른 여러 형제의 유묘들이 있었다.
이 품종에서 2009년경에 싹 변화(芽變化) 한 것으로 황색(黃 色)의 대복륜(大覆輪)이 나왔다.
잎은 견지합(絹地合: 잎 표면이 매끄럽고 결이 고운 잎 바탕)으로 광택이 있고, 잎의 끝이 둥근 환엽(丸葉) 이면서 끝에서 1/3 지점에 힘 있게 꺾이는 역엽(力葉)이다.
매우 볼륨 감이 좋고 우아한 잎 자태를 지니고 있다.
천엽은 기부로부터 송예(松 藝: 황색과 백색의 무늬 안에 작은 녹색의 선이 든 예)로 오르는 약간 후천성의 황복륜으로, 채색이 투명하리만큼 비단결처럼 곱고 아름답다.
축원(軸元)이 넓고 옅은 니축으로 볼륨이 좋은 천우(天優)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붙음매는 월형이다.
2017년 대한민국풍란연합회에 등록되었으며, 품종명은 소장자인 고병길 씨가 높은 하늘에 별빛처럼 빛나 는 면류관(冕旒冠)을 기원하며 지었다고 한다.
『달구벌(達句伐)』
아마미(奄美) 황호(黃縞)로 중부권 난농장에서 선별된 재배하고 있다가 최종적으로 2010년 대한민국풍란연합회 전 회장인 김덕헌 씨의 난실에서 황색 대복륜으로 완성되었다.
전형적인 희엽(姬葉)으로 잎의 끝으로 갈수록 넓어지다가 잎끝이 뾰족한 것이 잎의 틀어짐과 잘 아우러져 샤프함과 강한 힘을 느껴지게 한다. 노수엽이 강하다.
황색 대복륜으로 천엽이 약간의 송예(松藝)로 올라, 곧 황색으로 선명하고 중앙의 감은 짙어 색대비감이 아주 우수하다.
극황색의 대복륜은 투명하게 맑고 샛노란 산수유 꽃처럼 아름다운 품종이다.
니축에 니근이고, 붙음매는 월형이다.
2014년 대한민국풍란연합회에 등록되었고, 품종명은 대구(大邱)의 달구벌풍란회에서, 회의 명칭을 차용하였다.
『서생관(西生冠)』
2011년 지인의 소개로 필자가 직접 울주군 서생(西生)에 소지하는 아마미 농장에 가서 분양을 받은 품종이다.
첫 대면을 했을 때는 대주였는데 2~3촉이 복륜으로 진화된 상태였다.
관리가 잘 되지 않아 벌레도 나오는 등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잎은 입엽의 희엽으로 채광에 따라 엽폭의 차이가 나는 편인데 광폭에 속하여 우람함이 좋다.
감은 중간 정도이고 녹지(綠地)는 광택이 없는 거친 감이 나며 환지(丸止: 잎의 끝쪽까지 폭이 같은 잎)에 가까우며 아마미(奄美)임에도 틀어짐과 노수엽의 정도가 약하여 준수한 생김새가 좋다.
천엽은 거의 무지엽에 가깝 게 나오다가 감복륜으로 천엽이 완성될 무렵에 잎끝에서 백황이 들기 시작하여 고엽으로 갈수록 황색으로 짙어지는 품종이다.
화려하고 깨끗한 삼광풍(三光風)의 황복륜으로, 기품이 넘치는 절품이다.
2019년 대한민국풍란대전 미등록 부문에서, 태화풍란회의 이봉주 씨가 출품하여 금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제왕관(帝王冠)』
2014년 대한민국풍란연합회에 등록된 품종인 『제왕(帝王)』에서 복륜으로 진화한 대형의 황복륜 품종이다.
잎은 마치 『대강황호(大江丸 縞)』를 더 크게 한 듯 느껴지는 볼륨감이 만점으로, 그 웅장한 모습으로 압도시킬 만한 품종이다.
초대형의 엽성(葉性)에 바탕의 감(紺)과 무늬의 극황의 색대비감이 우수하고 조화로운 일품으로서, 거대한 『대동환(大洞丸)』과 같은 느낌이다.
겨울철에는 무늬 부분과 축은 붉은 안토시안으로 물들어 또 다른 감상미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니축에 니근이고, 붙음매는 일자에 가까운 얕은 월형이다.
『화정(花亭)』
아마미(奄美)호에서 싹이 변화한 황복륜이다.
엽성의 희엽으로 직 도엽(直刀葉: 잎폭이 축에서부터 끝까지 그다지 변하지 않고 똑바로 자란 잎)에 가깝고 틀어짐이나 노수엽이 적어 반듯함을 좋다.
엽폭이 넓고 잎살이 두꺼우며 가지런하게 뻗는 균형감이 멋지다.
약간 후천성 (後天性)으로 삼광중반(三光中斑)의 황복륜이 투명하게 맑디맑은 채색의 대복륜이다.
녹지가 짙어 무늬의 채색과 잘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내는 품종이다.
옅은 니축에 니근이고, 붙음매는 월형이다.
『금갑복륜 (金甲覆輪)』
가을·겨울의 극황호로 유명한 『금두(金兜)』에서 복륜으로 진화한 품종이다.
견지합(絹地合: 잎 표면이 매끄럽고 결이 고운 잎 바탕)이 좋은 두툼한 잎이 넉넉하고 고상함을 묘사하는 듯한 희엽(姬葉)으로 직도형(直刀型)의 기미가 좋다.
기록에 의하면 미에현(三重県)에서 변화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본종은 각각 『금두』에서 복륜으로 진화되는 것이 특징으로 『금두』를 키우는 모든 난실에서 나올 가능이 있는 품종이다.
복륜을 깊은 대복륜으로 신아가 유령으로 나와 중앙에 녹이 스며들어 완전복륜으로 완성되는 것도, 유령으로 끝나는 것도 있다.
때로는 모종인 『금두』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의외로 연속성과 계승성이 있어 중주(中 株) 또는 대주(大株)가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모종의 화사하고 샛노란 색상이 정말 멋진데 늦가을과 겨울에 는 정말 볼 만하다.
모종 『금두』는 성질이 좋고 강하지만 본종은 녹이 적어서인지 방심하면 여름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으니 더위에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니축에 니근이고, 붙음매는 월형이다.
『천우(天優)』
규슈(九州)산의 대형으로 청축·청근(靑軸·靑根)의 황복륜(黃覆輪) 이다.
산채가 되었을 당시에는 입엽인 『도우이중(都羽二重)』의 형태였으나, 히로시마현(廣島縣)의 와타나베(渡邊那彦) 씨가 입수하여 재배를 하는 동안에 현재의 만곡엽성(彎曲葉性) 희엽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산채 당시에 모주는 호로서 『천수(天樹)』라고 이름을 지었고, 그 모주에 붙은 신아가 복륜이었는데, 이 복륜을 『천우(天優)』라고 지었다고 한다.
엽폭이 좋은 만곡엽성 희엽으 로 엽육도 두텁고 가지런한 자태가 품위가 있다.
황복륜에서는 청축·청근의 복륜이 적은데, 희소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약간 후발성 황색의 대복륜으로 안정한 색감이 아주 좋은 품종이다. 붙음매는 월형이다.
『천혜복륜 (天惠覆輪)』
백색의 복륜인 『어성복륜(御城覆輪)』에서 황색의 복륜으로 변화한 품종이다.
아이치현(愛知県)에 사는 후 쿠시마(福島) 씨 온실에서 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종인 『어성복륜』과 같이 엽육이 두텁고 잎끝이 뾰족한 것이 샤프함과 야무짐을 느낄 수 있다.
모종과 다르게 선천성의 무늬가 조금 녹색을 머금은 크림색으로 자라서 잎끝에서 황색이 강하게 되어 황복륜으로 완성된다.
그런데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나는데, 일단 40,000lux로 키워야 황색이 짙어지고 온도가 내려가는 상태에서 채광이 좋으면 오렌지 빛도 황색 바탕에 돋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니축에 청근이고, 붙음매는 월형이다.
『취보(翠寶)』
『만월』이나 『천교』보다 볼륨이 좋은 대형종, 엽폭이 좀 더 넓고 두터워서 전통적인 황복륜으로서 인기가 좋다.
전형적인 희엽으로 품위가 있다.
35,000~40,000lux에서 키우면 짱짱한 잎 자태가 좋고 희엽성이 좋아 차분함이 느껴지는 풍성한 자태라고나 할까 꽤 기품이 넘치는 품종이다.
천엽은 청이 섞인 감 또는 맹황 형태로 나와 곧 황복륜으로 나오는 대복륜이다.
『만월』이나 『천교』보다는 광폭이지만 다른 대형 보다 다소 일반엽이라서인지 웅대함과 샤프함을 묘하게 공존하는 자태를 지녔다.
옅은 니축이고 니근이지만 다소 적색기미가 두른다. 붙음매는 월형이다.
『황옥전(黄玉殿)』
대형으로 잎은 넓고 두터우며, 완만하게 휘어지는 병엽성의 희엽이다.
극황색의 대복륜으로 무늬는 선천성으로 화사함이 좋다.
약간 광택이 없는 무늬와 짙은 녹지의의 색조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열(熱)에 약한 속성이 있어 다소 번식이 어려워서인지 시간에 비해 보급이 잘 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제법 옅은 니축으로 깔끔함이 좋고, 뿌리는 청근 계통으로 녹색이 부족한 아이보리색의 뿌리를 낸다.
붙음매는 월형이다.
1981년 긴키후란카이(近畿風蘭會)에 등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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